송민호 솔로앨범 <XX> 리뷰 (5) ㅇ2




  처음 'ㅇ2'라는 제목만 공개되었을 때 ㅇ2가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있었다. 나는 '응'을 뜻하는 ㅇㅇ가 아닐까 궁예를 했는데 보기 좋게 틀린 셈이 되었다. 여하튼 송민호의 첫 솔로앨범 <XX>에 실린 4번째 트랙 'ㅇ2'는 'O2', 글자 그대로 산소의 분자식을 나타내는 단어였다.


 'O2'라는 노래 속에서 민호가 그리는 대상은 '산소'로 비유된다. 네 숨은 내게 산소가 되고, 나를 숨쉬게 해주며, 모든 세상이 미세먼지로 뒤덮여도 너만은 내게 아마존의 청정지역으로 남는다. 그렇다면 민호가 노래하는 산소는 누구일까?



ⓒ MINO 'FIRST SOLO ALBUM : XX' DIRECT MESSAGE



 민호에게 ㅇ2 같은 존재는 바로 이너써클! 인서라고 한다. 아이돌의 정석 같은 대답으로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민호는 평소에도 인서들을 보며 자기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 일어날 힘을 부여하는 존재라고 말해온 바 있기 때문에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어본다 :)


 'ㅇ2'는 위너의 <EVERYD4Y> 앨범 수록곡인 'AIR'와도 연결되는 것 같다. '너'를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라 부르는 'AIR'의 정서와 매우 닮아 있다. 참고로 'AIR'는 위너의 리더 승윤이가 팬이 선물로 준 디퓨저 향을 맡으며 든 생각을 사랑 노래 가사처럼 풀어낸 곡으로, 들을 때마다 마음이 정화되고 행복지수가 급상승하는 노래이니 꼭 들어보시길. 또 개인적으로는 <XX> 앨범 수록곡 중 8번 트랙인 '오로라'와 연이어 들어도 굉장히 조합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 노래는 한없이 밝고 경쾌한 곡이지만, 민호가 얼마 전 <인간지능>이라는 예능을 통해 자신이 심한 공황장애를 앓았었다는 사실을 고백하는 걸 보면서 그를 향한 내 마음이 한없이 젖어있기 때문인지, 개인적으로는 가슴 한 편에 안쓰러운 감정도 함께 피어오른다. 호흡이 가빠질 때마다 산소가 되어줘, 기대하고 채근하는 사람들의 구미에 맞게 말을 흐리고 의미를 감춰도 '내가 네 마음 다 알아'라고 말해줘, 불편함이 가득한 이 세계에서 날 구해줘, 네 숨 뒤에 날 숨게 해줘…. 통통거리는 멜로디 위에 얹어져 있지만 나는 팬이라 그런지 이 노래를 들으며 이런 저런 것들을 다짐하게 된다.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 또 아프고 힘든 시간이 찾아오더라도, 우릴 너의 산소로 생각해줘 민호야. 늘 네 곁에서 머물고 있으니까, 안심하고 숨 쉬어도 돼.



ⓒ O! Leica, Spirit of the Times : MINO - LEICA IS SI ACIEL








송민호 솔로앨범 <XX> 리뷰 (4) 어울려요




  송민호 솔로앨범 <XX>의 9번 트랙인 '어울려요'는 여백이 느껴지는 곡이다. 듣고 있으면 넓고 텅 빈 공간에서 최소한의 악기만 두고 홀로 노래하는 민호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백은 주변의 다른 것들을 거두어들임으로써 그 장소를 점유하고 있는 존재만을 온전히 조명하게 만든다. 총 12곡의 수록곡들 중 민호의 목소리가 가장 또렷이 들리는 곡이 바로 이 '어울려요'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혼자 있을 때면 따라 부르게 되는 곡. 언제까지고 곁에 두고 싶은 노래.





 민호는 '어울려요'의 서사를 이끌고 나가는 메인 키워드 '어울리다'라는 단어에서 짝사랑하는 상황을 떠올려냈다고 한다. '어울리다'라는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구분된다. 하나는 어떤 대상이 누군가에게 조화롭게 잘 맞는다고 할 때의 어울림으로, 노래 속 그녀는 찰랑이는 고운 긴 머리, 파란 목도리가 어울리지만 독한 술, 미운 말, 영혼 없는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그녀는 도통 어울리지 않고 나와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어울리다'는 또 누가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류한다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민호는 내가 슬픔의 반을 덜어가 줄테니, 언젠가는 나와 어울려달라고 애원한다. 어울린다는 이 단순한 단어가 의미를 확장하고 감정의 진폭을 넓혀 하나의 노래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내 마음에 놓아둔 여백을 두드린다.


 사족이지만, 내가 왜 유독 이 노랠 들으며 울컥하게 되는 건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계속 생각해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말이 있다. 나는 잘 가다듬어진 화려함보다는 러프한 담백함에 매료되는 사람. 따라서 나에게 아름답게 들리는 건 웅장한 기교나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목소리가 아니라 맑음, 곧음, 진심 등의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는 목소리다. '어울려요' 속 민호의 목소리는 맑고, 순수하고, 거칠다. 물건에 지문이 묻듯, 목소리에 송민호의 생활과 생각과 살아가는 방식이 묻어 있다. 까끌까끌한 부분을 덜어내지 않 더 좋다.


 이런 노랠 불러줘서, 노래해줘서, 진심으로 기뻐 민호야.





I WANT BURNING SOMETHING, <BURNING PLANET>





드디어 이 행성에 불시착.

번아웃된 이들이 머무르는 이 공간을 들여다보려면 내가 가진 WANT를 하나씩 소진해버려야 한다.

원하는 무언가를 위해 내 힘이나 마음, 시간 등을 쏟아붓는 순간의 나는 더없이 찬란하게 빛나지만, 그 모든 걸 다 소비하고 난 이후의 나는 블랙홀처럼 새까맣다. 장작은 타고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울까, 아니면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난 뒤 가장 아름다울까? 그리고 지금 나는 어디쯤 와 있을까. 잠시 생각했던 시간들.

made by 송민호


ⓒ LG V40 / Cannon SX730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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