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호 솔로앨범 <XX> 리뷰 (6) 로켓




  올해 몇 개의 큼직한 뮤직 페스티벌을 경험했다. EDM 페스티벌도, 댄스뮤직 페스티벌도, 힙합 페스티벌도 모두 서로 다른 느낌으로 좋았다. 스피커가 곧장 찢겨져나갈 듯, 사운드가 땅을 진동시키고 심장을 울린다. 웅장한 비트가 내 몸 어딘가에 펀치를 날리면 넘어지지 않으려 발에 더 힘을 주다가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리듬에 몸을 맡긴다. 곳곳에 뭔가 씌인 듯 춤추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음악의 힘은 정말 엄청나다는 것, 심플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페스티벌 현장에서의 결론.


 송민호 솔로앨범 <XX>의 5번 트랙 '로켓'은 듣자마자 '오 이거 축제 때 부르면 미치겠는데?' 하고 생각했다. "3 2 1 발사, 로켓 삐융-" 이 부분에선 거의 넉다운. 아쉽게도 지금 겨울이라 예정된 뮤직 페스티벌이 없으니, 아쉬운 대로 이어폰을 꽂고 내 방을 축제가 열리는 잔디밭 한 구석으로 상상해본다. 스스로 물이 올랐다고 말하는 민호가 참 귀여우면서도 영특하다. <신서유기> 시즌 5의 '요즘 귀신'이 떠오르는 첫 가사에서 피식 웃게 된다. MINO가 엠아엔오인지 마이노인지 종종 헷갈리지만 발음이 어떻든 전혀 상관 없다. 된소리 발음 없이도 된 놈, 미노는 역시 기특하다.


 평소에도 우주에 워낙 관심이 많은 민호는, 왜 로켓을 떠올렸냐는 질문에 달의 미스테리, 우주의 미스테리에 대한 말들을 쏟아냈다.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대개 우주를 두고 큰 영감을 얻는다. 신비로움이라는 건 결국 대상에 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을 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민호가 우주를, 달을, 자연의 현상들을 궁금해하는 모습이 좋다. 사실 개인적으로 채플을 통해 민호의 그런 흥미를 알아채고 더 빠져든 것도 있어서인지, '로켓'이라는 이 노래에 아주 단순하고 익살스럽게 담기긴 했지만 그의 크고 작은 관심사들이 녹아든 것 같아서 반갑다.





 우리가 사는 지구엔 중력의 법칙보다 더 무섭다는 어그로의 법칙이 있다. 끌어내리려는 사람들이 허다한 세계에서, 민호는 로켓을 타고 날아가듯 위로 더 위로 향한다. 민호가 말하는 '위'는 경쟁이 층계마다 펼쳐진 계단 꼭대기가 아니라, 이 곳과는 다른 행성, 다른 차원인 것 같다. 민호가 탄 로켓이 어디로 향할까. 이왕이면 처음 보는 행성, 이름 없는 별에 도달해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평생 살아도 알 수 없는 생경하고 경이로운 광경을 마주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탐구하고 모험하고자 하는 욕구가 민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고,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풀어내며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 곳엔 미움과 시기, 다툼과 경쟁보다는 사랑과 감사가 공기처럼 둥둥 떠다녔으면 한다. 낯설지만 익숙한, 가장 극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감정들이 그를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감싸안아주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여러 행성을 오가는 로켓 안에서 행여라도 외롭지 않도록, 그가 아끼는 많은 것들이 함께 실어져 있었으면 좋겠다고, 상상한다.


 크고 튼튼한 로켓을 타고 가자 민호야. 항상 엔진을 켜둘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