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호 솔로앨범 <XX> 리뷰 (4) 어울려요




  송민호 솔로앨범 <XX>의 9번 트랙인 '어울려요'는 여백이 느껴지는 곡이다. 듣고 있으면 넓고 텅 빈 공간에서 최소한의 악기만 두고 홀로 노래하는 민호의 모습이 떠오른다. 여백은 주변의 다른 것들을 거두어들임으로써 그 장소를 점유하고 있는 존재만을 온전히 조명하게 만든다. 총 12곡의 수록곡들 중 민호의 목소리가 가장 또렷이 들리는 곡이 바로 이 '어울려요'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가장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혼자 있을 때면 따라 부르게 되는 곡. 언제까지고 곁에 두고 싶은 노래.





 민호는 '어울려요'의 서사를 이끌고 나가는 메인 키워드 '어울리다'라는 단어에서 짝사랑하는 상황을 떠올려냈다고 한다. '어울리다'라는 말은 크게 두 가지 의미로 구분된다. 하나는 어떤 대상이 누군가에게 조화롭게 잘 맞는다고 할 때의 어울림으로, 노래 속 그녀는 찰랑이는 고운 긴 머리, 파란 목도리가 어울리지만 독한 술, 미운 말, 영혼 없는 표정은 어울리지 않는다. 또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그녀는 도통 어울리지 않고 나와 잘 어울릴 것으로 보인다. '어울리다'는 또 누가 누구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교류한다는 의미로도 쓰이는데, 민호는 내가 슬픔의 반을 덜어가 줄테니, 언젠가는 나와 어울려달라고 애원한다. 어울린다는 이 단순한 단어가 의미를 확장하고 감정의 진폭을 넓혀 하나의 노래가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는 내 마음에 놓아둔 여백을 두드린다.


 사족이지만, 내가 왜 유독 이 노랠 들으며 울컥하게 되는 건지, 이유를 잘 모르겠어서 계속 생각해봤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악기는 사람의 목소리라는 말이 있다. 나는 잘 가다듬어진 화려함보다는 러프한 담백함에 매료되는 사람. 따라서 나에게 아름답게 들리는 건 웅장한 기교나 폭발적인 가창력을 지닌 목소리가 아니라 맑음, 곧음, 진심 등의 키워드로 설명될 수 있는 목소리다. '어울려요' 속 민호의 목소리는 맑고, 순수하고, 거칠다. 물건에 지문이 묻듯, 목소리에 송민호의 생활과 생각과 살아가는 방식이 묻어 있다. 까끌까끌한 부분을 덜어내지 않 더 좋다.


 이런 노랠 불러줘서, 노래해줘서, 진심으로 기뻐 민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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